상관없는 거 아닌가?

from 이야기 2021. 4. 11. 08:12

올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

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트렌드니, 비즈니스니... 기웃기웃거리던 주제들이 꽤나 피곤했던 것 같다.

짧은 여유가 주어지고 책을 집을 기회가 생기니, 새로운 돌격을 앞두면서도 막상 읽게 된 것은 편안한 산문이었다.

 

장기하는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가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거리가 가깝다고 느꼈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하루키같이 소위 저명한 사람의 글을 더 읽고 싶었는데,

이번엔 왠지 나이가 가까운 사람의 생각이 듣고 싶었다.

 

아무튼, 재밌게 잘 읽었다.

그는 '군더더기 없는 삶'을 지향한다. 대목마다 그런 맥락이 느껴진다.

그리고 불필요한 부분들을 제거한 여백은, 집중하고자 하는 몇가지 포인트를 깊고 넓게 파고들어 다시 채워낸다.

 

어찌되었건, 내가 가깝다고 느끼건 막연히 좋아하는 인물이건, 이건 그의 삶이다.

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

 

돌이켜보면,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아주 간혹 있다.

내가 있어야 할 포지션이 동전처럼 둥글게 그려진 곳에,

같은 크기의 내 생각과 상황의 동그라미가, 그 동그라미 위에 얼추 포개지는듯한 느낌의 그 순간이 간혹 있다.

딱 뭐라고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부유하기보단 침전하듯이, 남을 쳐다보기보단 내가 만들고, 행동과 사색의 비율이 적절한 그런 상태

 

시계추가 같은 시간 간격으로 왔다갔다 하며 중앙을 스치듯

적어도 그 정도 템포로 포개짐과 떠남을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이라면,

꽤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

근데 뭐, 장기하님 방식으로는, 어떤 삶을 지향하든 상관없는 거 아닌가?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