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업무의 종류를 바꾸게 된 후, 태세를 전환하면서 스스로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나의 '입장'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 미리 생각을 해보고 '그렇다면 나의 판단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며,
갑자기 주어신 사실에 대해서 '뭐 처음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는 스텝을 자연스럽게 밟아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런게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
내 입장이라는 건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다기보다 '조언', '첨언'이어도 괜찮은 범주에 속하였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완성도 있게 해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지금의 할일은 '무엇을 주어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건 인생의 경로에서 불가피하다.
어느 정도 주인되게 살 것인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어느 정도 깊숙히 관여할 것인가,
또는 어디까지 의지하고 어디부터 의지하도록 할 것인가.
그래서 내 입장이 무엇인지 정해야 하는데,
내가 타고나기를 특별한 취향이 없는 성격이라,
원래 취향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입장은 있어야한다는 임의적인 혹은 의도적인 상황 설정이 썩 자연스럽지가 않다.
2.
어쨌든 입장을 가진다는 것은 주장을 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찬성과 반대가 따른다.
주장은 할 수 있지만 반론에 대한 반론은 또다른 문제다.
생각해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솔루션이 없진 않다.
좋은 정책은 세 번의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의 입장은 세 번의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답하는 depth로 준비한다.
내 성격이 그렇듯, 입장은 언제나 바꿀 수 있다.
3.
한발 더 나아가서 '입장을 가져야하는 영역'에서의 비공식적인 업무 분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원래 했던 일은 스킬셋으로 분담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짜였다.
글로 적을 수도 있고, 조직도로 구분하기도 쉽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선, 글로 적고 조직도에 명시하는게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글과 조직도로 드러나지 않는 업무 분담에 대한 '나의 입장'이 중요하고,
그 입장에 대한 다른 사람들과의 '동기화' 혹은 '적합도'가 필요하다.
4.
그런데, 그런데,
이러한 관계도와 상대성으로 결정지어지는 위치를 벗어날 땐 어떤 생각을 해야할까.
어느 밤 뾰족한 화두없이 납작하고 평평한 내 상태가 보였을 때, 조금은 흠칫했고, 당황했다.
막연히, 자식 낳고 30년이 흐른 지점에서 세상 모든 엄마들이 겪는 그런 당황스러움과 1%는 닮지 않았을까 상상이 들기도.
마감까지 남은 1주일을 계획세우다 잠깐 멈춰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