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뭘쓰지? 생각은 못해보고 블로그로 들어와봤다. 어제 집에 오는길에 혜민 스님 방송을 보고 세상이 바쁜건지 내 마음이 바쁜건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기억나서, 바쁜 마음을 달래려 앉은것 같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서 경희대 갔던 지난 일요일과 단절이 심한것 같은데 고작 1주일 지났고 벌써 1주일이 지났다..

1주일간 있었던 일들을 요약해보면 화요일에는 여자친구와 200일이 사이에 있었고, 오랜만에 신문기자인 박사님을 만났고, 또 정말 오랜만에 문과대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이라니, 2월에 한명, 4월에 한명, 이제 하나둘 장가가고 시집간다.

그리고 어제는 비오는날처럼 데이트를 하고 집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김정운 교수의 책을 한 권 봤다.

작가 김훈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기 전과 후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나? 아무튼 '그럴거면 책을 뭐하러 읽냐~' 이런 말투였다. 이렇게 따지면 이번 책은 참 잘 읽었다. 송박사님 감사합니다~

뭐 아무튼, 200일이 있었는데, 여자친구와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 100일 뭐 어쩌라고~ 200일 그런거 유치해! 라고, 말은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한다만,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그래도 그 와중에 큰돌위에 조약돌 하나 얹고 가려는 마음은 있는거다.

둘이 요즘 리추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오늘이 되어서 화요일을 다시 돌아보니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날을 어떤 방식과 어떤 의미의 리추얼로 만들어갈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는 생각이 든다. 100일이든 1년이든 5주년이든 기념일을 기념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일텐데, 그럼 우리 것은 어떻게? 남들 하듯이? TV에서 보듯이?

이 리추얼은 둘 중 어느 한사람이 뚜렷한 어떤 모양의 것을 만드려고 노력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때 그때 한번 두번 세번 거치면서 모양이 드러날 것 같다.

좋은 점은 우린 이제 징검다리 2번을 건넜는데, 참 그게 잘 만들어진다는 교감이 있다. 기념일이 의미있으려면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의미도 크게 부여할 수 있는 정서적인 공감도 필요한데, 이런날은 그 사이에 한번씩 살짝 짚어보는 날이다.

내 언어로 조금 정리하면 이런날 우리가 만든 리추얼은 '돌아봄'인 것 같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행위를 정한적도 없고 그럴 예정도 없지만, 의욕적으로 만든 형식에 매이기 보다는 그날의 대화와 행동이 '돌아봄'이라는 테마로 흘러갔다. 다음번 다다음번도 알 수는 없지만 무게가 조금 더 있는 쪽으로 서서히 수렴되지 않을까?

김정운 교수 표현으로는 영원히 흐르는 시간에 매듭을 만드는 일이다. 뭐, 이 페이지에 의미를 정확히 적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무언가를 잘 잡고 있으면 되는 것 같다. 


2.

나머지 메모를 조금만 더 하자면, 언제 가장 행복한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한 실험이 있다. 

피실험자들에게 삐삐를 나눠주고, 연구자가 아무때나 신호를 보낸다. 그럼 피실험자는 그 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얼마나 행복한지를 기록하게 된다. 밥먹는중 행복감 30점, 데이트 중 행복감 60, 오락하는중 행복감 40 등등등.... 행복한 정도 이외에 몇가지 더 체크사항이 있는데 잘 모르겠으니 생략.

결론을 말하자면 '몰입'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몰입도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TV를 볼 때와 같은 수동적 몰입, 무언가를 할 때의 자발적 몰입이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정신없이 즐겁게 하는 그 순간에 행복감 가장 높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