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메모

from 이야기 2012. 3. 18. 11:24
1.

요즘 세상의 화두는 '행복'임에 틀림없다. 분명 몇해전에는 돈이었던 것 같은데...

이명박 정부를 디스하려는 건 아니지만, 몇년간 봤던 모든 정부 홍보물은 돈으로 환산되어 있었다.
무슨 행사를 하면 경제효과가 몇십조가 된다느니, 이런 사업을 하면 결국 얼마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산술적으로 이러한 경제효과는 행복을 정확히 선형으로 증가시킨다'는 전제가 있다.

요즘 세상에는 이런 것들에 많이들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돈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돈이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하는 공감대가 생긴것 같다.

행복을 연구하는 한 심리학자가 쓴 논문을 보면, 소득은 지난 백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전체 인구구성에서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늘 30%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진짜?'하는 반응과 '그럼 당연하지'하는 반응이 동시에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자칭 타칭 멘토라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들 '대안'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세상을 이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정치적인 색깔과 무관하게 안철수, 이외수, 박원순, 올레길을 만든 퇴직교사 등등.

가장 피부로 와닿는 증거는 방송가의 흐름인데, 성공, 출세라는 결론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행복하다. 어두운 시기가 있었지만 이런것들을 성취했고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 
'이 스타는 행복해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면에는 이런저런 아픔이 있었고...'

아무튼, 방송이나 책에서 들려주는 모든 행복한 사람의 근본을 요약하면 '본인에게 집중하세요'라고 할 수 있다. 

방송가의 일례로, 광주에 내려갔을 때 TV로 김창완 씨가 주병진쇼에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
김창완 씨의 대답은 여전히 울림이 남는다.

주병진 질문
"직접 앨범 자켓도 그리고 작곡도 하시고, 글도 쓰시고, 연기도 하시고, 그런데 수준도 상당한것 같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김창완 대답
"우리는 역사에서 몇몇의 영웅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요즘 신문을 보면 하루에 수백명의 영웅이 등장해요. (직접 그려넣은 앨범 표지를 보여주면서) 여러분 내면에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있습니다. 자꾸만 등장하고 소리없이 사라지는 영웅만 바라보지말고 여러분 내면의 영웅을 찾으세요."


2.

이런 생각을 하고 되고 갖게 된 한단계 이전의 이유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세상과 접촉하면서부터다.

'세상은 항상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라는 문장에 반사적으로 '그럼그럼'하고 고개는 끄덕이지만 손뼉을 치면서 긍정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솔직히 나도 고개만 살짝 까딱까딱거리는 부류였다.

내가 상상하던 세계는 멈춰있었는데 요즘은 세상은 변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기업현장이나 지방정부나, 모두 총성없는 전쟁을 진행중이다.

물살을 바깥에서 보면 흘러가는구나-이지만, 발을 담궈보면 유속을 피부로 느끼듯이 말이다.


3.

그래서 마냥 나에게만 집중하고 극히 좁은 화각으로 이게 대안이야! 할 수는 없는거고,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과 유속에 맞춰 대안을 찾아나가야하는건 분명하다. 

물론 대안이 될법한 모든 경우의 수의 첫째 조건은 '행복'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혼자 골똘히 머리를 굴린다고 될 일은 아니고, 함께 하는 누군가와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하루하루, 매 시간을 살아가다 보면 사소하건 중요하건 선택과 판단이 필요한데, 이런 전제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4.

3월도 반환점을 진작에 돌았고, 시간이 참 빠르다.

졸업에 즈음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대폭 줄었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고밀도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참 괜찮은 관계들이다.

슬슬 봄이 오고 있다. 예고편처럼 잠시 왔다가 또다시 겨울을 잠시 내밀었다가 하는 중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정말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대단하고 거창한것은 없는데, 다만 여기저기 많은 길들을 같이 걸어보고 싶다.

가칭... '배경화면 바꾸면서 이야기하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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