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간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결혼하고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가 취향이 일관되다는 것과 함께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유, 한적함, 편안한 자연. 도심스러운 교외 공간. 샌프란에서 소살리토를 좋아했듯, 제주도는 역시 (우리에겐) 서귀포다.
좋은 날씨에 두 명의 어린 아이를 데리고 충분히 즐기고 왔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나름 선두에 있는 산업에 종사하다보니 직간접적으로 듣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하고, 뭐 어떤 경로든 빠른 변화들을 알게 된다.
따라가야 할지 불안하기도 하고, 허덕거리기도 하고, 기웃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이따금씩 여행을 가면 현실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게 된다. 소위 '현타'를 겪는다. 재작년의 속초, 작년의 캠핑, 올해의 제주도.
잠들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또 고민한다. 업무를 들고 있는 집에서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내 손에 쥔 것은 소중한가?(당연히..) 쥐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롱런할 수 있는가? 고유하게 다듬어질 수 있는가?
외부의 목소리와 단절되어 고유하게 나만의 것을 보존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런 소재들을 찾아보지만, 그런게 잘 드러날리 없다.
그러다가 뜬금없는 친구와의 카톡에, 내가 진정으로 바란다고 착각하는 것은 어차피 외부의 '니즈'로부터 드러나게 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마지막(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도 얼른 달성하고 싶은) 그림은 있다.
그것은 시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얻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