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from 이야기 2012. 3. 29. 10:55


어제 퇴근 무렵 클라이언트에게 전화가 와서 추가작업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은 그 일을 하려 집에 있다.

카페를 갈까하다, 베란다 창문 활짝 열고 집에 있는게 좋겠다 싶었다.

오전에 간단히 통화를 하고 태스크를 기다리는 중에 끄적여본다.

쭉 써왔던 일기들이 다소 선언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언적인것은 당위적이고, 당위적인것은 부담일 수 있다.

그냥 관찰하든 주변을 살피는 말과 글이 좋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쓰리라 마음속으로 선언(...)한다..?


지난 열흘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손글씨도 나름 포스팅이라, 그간 일기만 안썼을뿐 포스팅을 안했다고 하긴 어렵다!

프로젝트는 아주 잘 마무리되었고, 난생 처음으로 강단에 올라봤고, 그리고 여자친구의 첫번째 생일과 짧은 여행이 있었다.

둘만의 무언가가 봉오리져서 차츰차츰 꽃피어간다는 느낌이 좋다.


이제 완연한 봄이 오려나보다. 저녁엔 비가 온다지만 아침에 산책하듯 한양대를 다녀오니, 정말 봄이다.

오랜만에 모닝커피를 마시려 카페에 앉아서는, 지하철 앱을 누르면서 언제 도착할까..켰다 껐다를 반복하다가

'아유 봄에는 조급하면 안되지!' 하는 마음이 들어 다 내려놓고 유리창 바라보면서 기다렸다.

여자친구는 화이트데이에 줬던 예쁜 페이퍼백에 더 예쁜 도시락통을 담아왔다. 아침 안먹고 온건 어째알고..

주중에 많이 바쁘고 피곤할텐데,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찬을 담는 모습을 상상하니 고맙고 애틋하다.

그 이른아침 정성담긴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리다보니, 이것도 봄 풍경 같아 마음이 부푼다.


'봄'과 '일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는듯하면서도 어울리지 않는다.

설레는 아침볕과, 책으로 얼굴가릴법한 느른한 오후가, 공존하는데 상이하다.

반대로, 설레는 아침볕은 4월 5월이 되면 일상이 되어갈거고, 느른한 오후는 갖고 싶은 설렘이 될지도 모르겠다.

올 봄은 그렇게 일상다반사라는 말처럼, 소소한 봄날씨처럼 지나갈거다.

쿵쾅쿵쾅대는 심장과 함박웃음보다는, 조금 잔잔하고 깊고 긴 미소같은 봄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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