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월, 수요일

Carmel 2012. 1. 25. 22:58


1.

새해 연휴를 대구에서 보내고 올라왔다. 출근길은  휑-하니 썰렁했지만 날이 밝아 따뜻하기도 춥기도 하더라.

어릴적부터 외갓집은 대가족인지라 모이면 항상 시끌벅쩍했으나 난 딱히 왈가닥스럽지도 않았던것 같다.

이모댁에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고 있자면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구나 싶다. 

90년대 시트콤에 나올법한 진한 화장을 한 사진속의  누나들, 유행했던 노란 염색을 한 형을 보면 더 그렇다.

앞에 있는 실물들과 비교해보자면  ...또 그렇다.

나도 스물여덟이라 진짜 초짜어른대접을 받는다. 어릴땐 남자랍시고 어른대접이었다만 이젠 슬슬 진짜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책을 한장한장 넘겨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 참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느꼈다.

이것저것 필요함이 가득한 것들 목록은 줄줄 있는데, 당장 손이 가질 못해 넋놓고 보듯이...

사실 여유라는건 가지면 가질수 있는 것이고 놓으면 놓는 것이다.

한발 물러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차근차근 해나가면 뭐, 잘 흘러간다.

근데 정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시간여유말고 마음여유

2008년 2009년에 딱 그랬다. 설계수업해야하니까 다른거 아무것도 안하고 일단 보류 보류 보류 보류 보류..

그래서 그때 연락하던 친구들은 내가 아직도 바쁜줄안다. 연락오면 첫번째 문장은 '아직도 바쁘냐?'

2010년쯤 되서 돌아봤을때 이랬다면 좋았을텐데, 저랬다면 좋았을텐데 싶은 일들도 많았다.

나름 장단점이 있어서 건진것도 있고 놓친것도 있지만, 그때그때 맞이하고 반겨야할 타이밍이 있는 법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3년 뒤에 눈을 던져놓고 다시 이리로 시선을 돌리면 겪고싶은 많은 일들이 있다.

더 행복하게 일하고 더 신나게 살기위해서 선택한건데 스스로에게 짐을 많이 얹는것 같다.

뭘 위해서인지 잊지 말았으면... 그리고 시간관리 잘 안하면서 이런저런 탓하지 말 것!

보류보류보류 말고, 여유여유여유!


2.

우린 어제 처음으로 칵테일을 마셨다. 이렇게 적으니 스무살스럽네 술마셨다고 자랑이라니ㅋㅋ

진짜 그동안 뭐했지? 영화 한편, 칵테일 한잔..

난 요즘 까칠하다. 오르락내리락 까칠까칠... 옆에서 날 보살펴주는 사람한테 찬물만 튀기고 참.

요즘은 블로그 들어오면 맨날 반성문만 쓰는 것 같다.

부끄러워서 더 적기도 민망해... 손잡고 어디 3박 4일쯤 여행 다녀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