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자유로움
Carmel
2009. 5. 14. 02:09
소설가 김훈 선생님이 새롭게 연재하는 공무도하. 남한산성에서 압도되어버려서 이번 소설은 경전마냥 정독하고 있다. 이번엔 김훈 선생님의 전직이기도 했던 기자에 관한 내용인 것 같은데, 주변에 수습기자가 되신 박사님한테 들은 신기한 루머들 덕분에 좀 더 흥미있다(!). 숙제해야되는데(지금 2시..) 밀린 연재물을 읽다가 또 한번 공경심이 불타올랐다. 냉철하지만 따뜻하고 짧지만 깊은 문장.
공무도하 7회 발췌..굽신굽신 (__)
그의 문체는 순했고, 정서의 골격을 이루는 사실의 바탕이 튼튼했고 먼 곳을 바라보고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자의 시야에 의해 인도되고 있었다. 그의 사유는 의문을 과장해서 극한으로 밀고 나가지 않았고 서둘러 의문에 답하려는 조급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의문이 발생할 수 있는 근거의 정당성 여부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글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려고 떼를 쓰지 않았으며 논리와 사실이 부딪칠 때 논리를 양보하는 자의 너그러움이 있었고, 미리 설정된 사유의 틀 안에 이 세상을 강제로 편입시키지 않았고, 그 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세상의 무질서를 잘라서 내버리지 않았으며, 가깝고 작은 것들 속에서 멀고 큰 것을 읽어내는 자의 투시력이 있었다. 그의 글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성찰에 가까웠고 증명이 아니라 수용이었으며, 아무것도 결론지으려 하지 않으면서 긍정이나 부정, 그 너머를 향하고 있었는데, 그가 보여주는 모든 폐허 속의 빛은 현재의 빛이었다. 강을 건너고 산맥을 넘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초로의 여행자는 관찰자인 동시에 참여자였고 내부자인 동시에 외부자였으며, 인간이 겪은 시간 전체를 살아가는 생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