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축

군인

Carmel 2009. 8. 25. 02:02
작년초까지 난 군인이었더랬다. 아 이젠 정말 생소하다.
대단한 일 한거마냥 포스팅하고 싶지는 않은데, 낭창하게 일촌타다가 까마득한 후임이었던 상호 블로그까지 타고 갔다.
사수를 잡고 몇일 안되서 ATT를 준비했었는데, 그 때 메인 곡이 ross roy 였다. 편곡도 좀 한거 같고..그 때 감동이란ㅡ
'감회가 새롭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듯. 순회공연한다고 뺑이치던게 거의 잊혀지다가 갑자기 생생하다.
8월 군번 네 동기는 모두 전역을 했다. 정우랑 종석이는 귀여웠는데 신우 상호는 못챙겼다. 상호 알고보니 멋있는 놈이군..

이건 그 때의 마음가짐으로 살자는 자기책망도 아니고, 갑갑했던 계급사회를 미화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개인의 밋밋한(그래도 그나마 기복있는) 감상이다. 후임들이 올려놓은 사진만 보다가 동영상을 보니 (한동안 소조밴드에서 했던 '연예인' 동영상을 찾았는데 찾질 못했다) 그냥 '짠'하다.

그동안 대장은 참 빡세게도 군악대를 굴렸다. 아 보기 싫은 대장.
마칭을 하질 않나 (쿼드드럼(?)은 먼지쌓인 거 닦던 기억뿐), 인원도 엄청나게 늘었다. 
난 분열만 해도 죽을거 같았는데 마칭이라니 미친..그래도 까라면 깐다. 다들 능숙하다.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그 시간동안 얼마나 짜증이 났을지 괜히 동정심만 인다. 그 때 그 시간에 내가 얼마나 옹졸했는지, 그래도 소위 말하는 군인정신이란 게 있었긴 했나보다하는(긍정이 아닌 그저 감상), 마음이 짠하다.

지금은 너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따분한 일상이래도 먹고싶은거 먹고 보고싶은거 보고. 그 때 연병장의 1년 365일 정지된 풍경을 어떻게 견뎠나 스스로 궁금하기만 하다. 50m도 안되는 반경안에서 먹고 자고 떠들고 악기 불고 혼내고 또 혼나고 욕하고 웃고.

요기까지 쓰고 동영상 더보다보니 감상이 다 식었다. 뜬금없이 떠오른건 모기가 득실대는 33초소와 남ㅁㅎ. 씨X 
개강 전에 양뱀이랑 긴현철 꼬셔서 한번 내려갔다올까 생각도 했으나..막내도 전역한 마당에 가서 뭣하리ㅡ

아침에 등산이나 다녀오련다.


이래놓고 바로 찾았다 -_-; 금방 찾아지는군. 난 이때 무대왼쪽 현란한 싸이키였다.
이제와 돌아보니 난 한번도 관객석에서 군악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


Ross Roy, 새옷입은 대장.
편곡이 된건지 없는 파트가 들어와서 그런건지.. 딱 2년전 요때 이 곡 참 열심히 연습했더랬다.
아 이거 퍼오느라 고생 좀 했다..